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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4-04-28
출판사 생각정원
저자 류미
판형 기타

생각정원.jpg


“불편한 몸으로 몇 년째 싸우고 있는 나. 공부 스트레스로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인 아이들. 수많은 부상과 재활의 시간을 지나 은퇴한 박 감독. 그라운드에서 우리는 누구도 타인의 상처를 건드리지 않았다. 그저 그라운드에서 우리는 야구 하나로 뭉친 선수였고, 감독이었다. 한 팀이었다. (…) 헛스윙을 하고, 땅볼도 숱하게 놓치다 마침내 삼진을 잡고, 홈런을 치면서 우리의 상처는 자연스레 아물어갔다.” _본문 중에서


“야구는 불공정한 세상에서 거의 유일하게 공정한 것이다.” _빌 비크 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구단주

#1. “청소년 야구단의 멘탈 코치가 돼주세요”


어느 날 갑작스럽게 찾아온 기회. 경상남도 국립부곡병원의 신경정신과 의사이자 열렬한 야구팬인 류미에게 이 일은 거절할 수 없는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휠체어를 탄 채 정신없이 인턴일을 겨우 마치고 한적한 시골 부곡에서 레지던트로 정착했을 때 1년 정도는 편안했다. 하지만 매일 되풀이되는 만성 정신병원에서 일상이 서서히 지쳐갔다. 이 시기를 견딜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야구. ‘나에게 계절은 겨울과 야구 둘뿐’이라고 한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전 구단주 빌 비크의 말에 무척 공감한다. 한 번만이라도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공을 던져보는 것이 그의 간절한 꿈. 한 달에 두 번씩 서울과 경상남도 부곡을 오르내려야 하는 일정과 건강상의 이유로 잠시 고민했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이 등을 떠밀었다.

저자는 2013년 5월 면접을 시작으로 그해 12월 푸르미르야구단 1기를 마칠 때까지, 아이들의 ‘우주’를 만나고, 야구단의 성장과정을 지켜보았다. 수평적 소통으로 청소년 선도를 위해 노력하는 스쿨폴리스의 수고와 말보다 행동으로 본보기가 돼주는 전직 프로야구 선수의 매력적인 지도법을 확인했다. 그 전 과정을 《동대문 외인구단》으로 기록했다.


#2. 선도‧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청소년들에게 야구가 힐링이 될 수 있을까

‘장기적인 관점에서 청소년들에게 자존감 향상의 기회를 제공할 수 없을까?’ 서울동대문경찰서 여성청소년과는 고민했다. 그 결과 2013년 5월, 동대문 지역의 중학교를 대상으로 학생들의 추천과 지원을 받아 푸르미르야구단을 조직했다. 참여 자격 조건은 ‘관내 재학 청소년, 선도가 필요한 청소년,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청소년.’ 학교도 다르고, 학년도 다르고, 저마다의 사연도 다른 외인구단이 탄생했다.


“선도조건부 입건유예 제도라고, 초범이나 그런 애들을 입건하지 않고 교육을 받으면 훈방해주는 조건부 프로그램이 있어요. 편의점에서 과자 하나를 훔쳐도 입건하게 되어 있는 게 현실이니 이런 프로그램을 시행하기가 사실 쉽지 않죠. (…) 제가 이 일을 하게 되면서 아이들을 좀더 장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한 번 하고 말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만나면 애들의 자존감 같은 것 향상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봤지요. 말하자면 아이들이 뭔가를 성취해내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던 거죠. 처음에는 뮤지컬, 합창단 등도 생각했는데 이런저런 조건을 검토한 결과 야구단을 하게 된 거예요.” _본문 중에서 


면접을 불과 30분 남짓 앞두고 서울동대문경찰서로 청량리경찰서 발 긴급 보고가 도착한다. 면접을 보기로 한 학생 두 명이 패싸움에 휘말려 잡혀 있다는 것. 결국 두 아이를 제외한 채 면접이 진행됐다. 경찰이 ‘특급’으로 분류한 아이, 어린 나이에 부모를 따라 월남한 새터민 아이, 축구를 좋아하지만 야구는 하기 싫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는 아이, 어떤 질문에도 ‘예/아니오’ 단답형으로만 대답하는 의욕 없는 아이… 면접 때 인상만으로는 과연 이 프로젝트가 실현 가능할까 의심스러웠다.


“승리하면 배울 수 있다. 그러나 패배하면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 _크리스티 매튜슨

#3. 어른의 역할이란,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찾아주는 것


오합지졸 푸르미르야구단에 구심점이 필요했다. 아이들이 야구를 스스로 좋아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줄 강력한 구심점. 다행하게도 푸르미르야구단의 중심에 온화한 카리스마로 아이들을 지켜봐준 ‘박 감독’(박승민 현 넥센 불펜코치)이 있었다. 공중에서 날아오는 공의 방향을 잡지 못해 공을 놓치고, 타석으로 날아오는 투수의 공을 두려워해 헛스윙을 하던 푸르미르야구단이 박 감독의 지도하에 야구를 익히고, 자연스럽게 팀워크를 배워간다.

프로 선수 대부분이 그러하듯, 박 감독은 어려서부터 운동을 시작했고 고교 시절에는 팀의 에이스이자 홈런타자였다. 2000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하지만 2005년까지 주로 2군에서 보냈다. 팀이 위기에 처한 2006년 마무리 투수로 깜짝 등판해 이름을 알린다. 거포 이대호와의 맞장 승부, 날쌘돌이 이용규와의 끈질길 20구 승부 등으로 야구팬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킨다. 그러나 곧이어 닥친 시련의 시간. 부상과 수술, 재활, 재기를 거듭하다 2010년 제2의 전성기를 맞지만 친정 팀에서 방출, 2012년 은퇴. 그가 2013년 푸르미르야구단의 감독으로 돌아왔다. 훈련 때마다 가장 먼저 나와 몸을 풀며 아이들을 기다리지만 늦었다고 잔소리하는 법이 없었다. 부상 방지를 강조하며 항상 스트레칭의 중요성을 인지시켰고, 경기 승패를 떠나 게임 자체를 즐기도록 격려했다. 한 번은 프로야구 선수들의 운동화를 받아와 아이들에게 선물하는 특별한 이벤트를 보여줘 감동을 안기기도 한 그.


“저는 그냥 아이들이 밝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그 아이들, 운동하는 시간만큼은 누구보다 밝았어요. 그런 에너지가 있다는 것을 이번에 봤거든요. 공부를 못하고 운동을 못하는 애들이라고 해도, 사람이 그렇잖아요, 누구나 하나는 좋아하는 게 있고, 잘하는 게 있잖아요. 아무리 모든 것을 못하는 사람같이 보여도요. 저는 그게 어른의 역할인 것 같아요.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주는 것이오.” _본문 중에서


“야구 기록은 비키니를 입은 소녀와 같다. 많은 것을 보여주지만

모든 것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_토비 하라

#4. 성적으로 차별받지 않는 공평한 세상을 바라는 우등생에게서 닮은 아픔을 발견하다


해단식마저 유쾌했던 푸르미르야구단의 마지막 날. 평소와 다름없이 유쾌한 아이들 속에서 유난히 우울한 얼굴의 한 아이가 저자의 눈에 띄었다. 바로 항상 말이 신중하며, 어른들이 걱정할 일은 애초에 만들지 않는 조숙한 우등생. 푸르미르야구단의 설립 취지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이는 아이에게서 저자는 자신과 ‘닮은 아픔’을 발견한다.

왼손잡이로 태어났지만 어른들의 강요로 오른손잡이가 된 두 사람. 어려서부터 피아노 연주가 좋았지만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피아노를 포기해야 했던 저자. 푸르미르야구단에서 유일하게 프로 선수가 되고 싶지만 어른들이 싫어할 것이므로 스스로 꿈을 접으려는 아이. 좋아도 좋다고 말하지 않고 감사하다고 말하는 아이. 자신의 바람보다 어른들이 원하는 정답을 말하는 데 익숙한 아이…. 푸르미르야구단 에이스 좌완 투수의 소원은 단 하나, 누구도 성적으로 차별받지 않는 공평한 세상이다. 어른들의 기대와 공부 스트레스를 피해 어디로든 떠나고 싶지만 아이가 당장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해방구는 푸르미르야구단이었다. 저자는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아이에게 철없이 들이댄다. 그렇게라도 해서 아이의 친구가 되어주려 한다.


승운이는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그 이후로는 피아노를 치지 못했다는 것을. 그래도 나는 네가 분출할 곳을 하나 발견했다는 것을 승운이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그리고 어른친구. 내가 유년시절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 강요하지 않고 내 이야기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들어주는 어른이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성적이 좋지 못한 친구들에게 나의 외로움을 이야기할 수는 없었지만 나도 힘든데, 라고 나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누군가 한 번이라도 내 이야기를 들어줘.

“승운아, 고등학교 가면 더 힘들 텐데 그래도 선생님은 잘 견디라고 그렇게 말하기는 싫어. 그냥 선생님한테는 승운이가 힘들다고, 그렇게 말해주면 너무 고마울 것 같아. 나는 승운이보다 나이도 많고, 여자고, 몸도 불편하고 그래서 승운이랑 같은 점이 하나도 없는 것 같지만 사실 은 비슷한 점도 꽤 많거든. 외로웠고, 부담스러웠고, 왼손잡이고 또… 공부도 잘했고.”

공부도 잘했다고 내가 먼저 웃으면서 말하자 그제야 승운이도 살짝 웃는다. 저 아이의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나는 필사적이다. _본문 중에서


#5. 청소년들과 어른친구들이 함께 쓰는 야구 성장 보고서

대학 진학보다 기계 기술을 배워 성공하고 싶지만 남모르게 공부 스트레스를 앓는 포수, 강한 자존심만큼 말솜씨가 좋아 어른들에게 버르장머리 없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주장, 덩치는 프로야구 선수 급이지만 순수하고 착한 우완 투수, ‘서울대’가 꿈이었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 1차 좌절을 맞본 4번 타자, 새아버지를 집에서는 ‘삼촌’ 학교에서는 ‘아빠’라고 부르는 변호사가 되고 싶은 중견수… 류미는 ‘어른 친구’로서, 묵묵히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응원하고 지지했다.

그리고 늘 어른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청소년들의 건강한 회복력을 발견했다. 중요한 것은 과거가 아닌 바로 이 순간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이기는 경쟁 시스템에 굴하지 않고 즐겁게 지는 일의 기쁨을 소중하게 여기며, 서툴고 상처받은 아이라 하더라도 믿고 기다려주면 머잖아 건강함을 회복한다는 심리학의 이론을 몸소 확인해준 푸르미르야구단. 《동대문 외인구단》은 청소년들과 어른친구들이 함께한 야구 성장 보고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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