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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4-01-14
출판사 메멘토
저자 데이비드 벨로스(David Bellos)
역자 정해영, 이은경
판형 기타

메멘토.jpg

 

★『뉴욕 타임스』 선정 ‘2011년 주목할 책 100권’

★『이코노미스트』 선정 ‘2011년 올해의 책’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도서상 최종후보

★ 전미비평가협회상 최종후보

 

1. “번역에 관한 책을 가장한, 대단히 독창적인 문화사”

 

인간은 어떻게 새로운 세계와 만나고, 그 과정에서 번역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고대 그리스인들은 그리스어를 쓰지 않는 사람들을 바바로스, 즉 ‘헛소리를 하는 야만인’이라고 불렀고, 로마인들은 그리스어를 제외하면 자신들이 정복한 땅의 어떤 언어도 배우지 않았다. 인도 아대륙 거주자들은 전통적으로 서너 가지 언어를 말했고, 콜럼버스는 고대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라틴어, 그리스어를 구사했다. 고립과 정복, 그리고 소통 중 하나를 택했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 우리는 일상의 모든 차원에서 번역의 도움을 받아 다른 세계와 소통한다. 번역이 없다면 가구 조립도 못할 것이며, 대학에서 다양한 교과를 배울 수도 없고, 나아가 새로운 세계와 만나지도 못할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벨로스(David Bellos)는 프린스턴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과 ‘번역과 문화 간 의사소통’ 과정을 가르치고 있고, 조르주 페렉(Georges Perec), 이스마일 카다레(Ismail Kadare)의 작품을 번역하여 유수의 번역상을 수상한 번역가이다. 직접 번역을 하고, 번역을 가르쳐온 그가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주제는, 그간 숱하게 출간된 번역 이론이나 번역 방법이 아니라, 문화 간 의사소통에서 번역이 하는 역할과 실제 번역은 무슨 일을 하는가이다. 그 관심의 바탕에는 “인간이 생각을 하고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는 말 자체라기보다는, 바로 번역이다.”는 전제가 놓여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폭넓은 문화인류학 지식과 인간과 언어에 대한 깊이 있고 방대한 교양을 갖추고, 번역에 관한 거의 모든 논의를 간결하지만 상당히 밀도 있는 서술로 풀어나간다. 또 “문명을 향한 첫 발걸음”이자 “인간 조건의 또 다른 이름”으로서 번역을 조명하는데, 그 과정에서 번역 행위의 인류학, 번역자의 역사적, 선사적 기원, 언어와 번역에 대한 대중적 통념의 유래, 구술 번역의 역사 등에 관한 흥미로운 문화사가 펼쳐진다.

 

그 밖에도 이 책은 성서 번역의 역사를 살피면서 언어 계층구조의 복잡성과 모순을 반추하거나, 에스키모가 눈에 관한 수백 개의 단어를 가지고 있다는 통념 뒤에 숨어 있는 은밀한 문화적 영향을 탐험하기도 한다. 또 세계의 주요 중간언어로서의 영어의 지배력과 국제 도서 번역의 현황, 국제법과 비즈니스, 언어 자동 번역기의 역사, 출발어와 도착어를 둘러싼 모든 이슈, 서양 사전 편찬의 역사, 뉘른베르크 군사재판, 제2차 세계대전 때의 암호 해독 등의 매력적인 이야기를 통해 언어와 번역에 대해 놀랍도록 신선한 통찰을 제시한다.

 

이 책의 표제에 쓰인 ‘바벨 피시’는 코믹 SF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나오는 작고 노랗고 거머리같이 생긴 물고기다. 이 물고기는 귀에 집어넣으면 어떤 언어라도 즉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통역기다. 재기 발랄한 입담과 흥미진진한 서술로 번역의 모든 실제적인 면을 탐색한 이 책은, 번역에 관한 만능해독기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2. 언어와 번역에 관한 오랜 통념을 뒤엎다

 

저자는 에드워드 사피어(Edward Sapir), 페르디낭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 레오 슈피처(Leo Spitzer), 블라디미르 나보코프(Vladimir Nabokov), 노엄 촘스키(Noam Chomsky)의 언어 이론을 때로는 지지하고 때로는 비판하면서, 철학과 인류학이 전파한 언어와 번역에 대한 이데올로기와 대중적 통념들을 재치있게 논박한다. 저자는 번역 이론이나 번역 기술보다 ‘번역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밝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언급의 이면에는 “번역은 반역이다(Traduttore/traditore!)”, “레 벨 앵피델(les belles infidèles: 아름답지만 원문에 충실하지 못한 번역)” 같은, 서구의 지적 전통 안에서 이어져온 번역에 대한 경시와 비난에 대한 문제제기가 놓여 있다. 이 책에서 상당히 공을 들여 서술하고 있는 번역에 대한 몇 가지 대중적 통념을 살펴보자.

 

① “번역은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의미를 옮기는 것이다”

 

번역(translation)은 의미를 번역하는 것인가? 물론 그렇다. 그러나 의미를 전하는 것은 번역의 일부일 뿐이다. 음역도 번역의 일부이며 오래전부터 어휘를 성장시켜온 여러 방식 중 하나다. 예를 들면, 영어권 사람들은 수세기 동안 다른 문화와 접촉하며 그들이 쓰는 언어를 영어의 음성체계를 이용해 재현함으로써 ‘방갈로’ ‘코코아’ ‘토마토’ ‘포테이토’와 같은 새로운 단어를 창조해왔다. 번역학에서는 언어들 간에 어휘와 문법과 소리가 스며드는 차용어 현상은 대체로 번역학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저자는 서로 접촉하는 문화 간의 언어 차용은 문화 간 의사소통의 기본이며, 이것이 바로 번역의 분야라고 주장한다.

 

번역을 의미를 전달하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원학의 영향이 크다. 즉 ‘번역하다(translate)’라는 단어는 ‘가로질러’를 뜻하는 라틴어 trans와 ‘나르다’를 뜻하는 동사 ferre의 과거형 latum에서 나왔다. 어원을 탐구해 보면, ‘translate’란 말에 ‘가로질러 나르다’, 혹은 ‘건너편으로 나르다’의 뜻이 포함된다. 번역을 ‘의미를 나르는 행위’로 집착하는 것은 전통적이고 주류적인 서구식 사고일 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수메르어나 중국어에는 번역에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꾸고 교체하는 행위,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대신하기’ 등의 다양한 의미가 있다. 이런 면에서 어원학은 인간이 언어를 사용하는 방식에 관한 진실과 번역에 관한 진실을 가려버린다. 만약 다른 역사적 뿌리를 가진 단어를 사용했다면, 서구에서 번역의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② “번역본은 원작을 대신할 수 없다”

 

“번역본이 원작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이 명제가 틀렸다는 것 역시 명백하다. 번역은 사실 원작을 대신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쉽게 읽을 수 없는 언어로 쓰인 작품 대신에 번역본을 이용한다.”(53쪽) 많은 사람들은 원본 없이 번역본만 접한다. 번역이 원작을 대신할 수 없다고 선언하는 사람들은 진품, 다시 말해 번역본이 아닌 원래의 작품을 식별하고 그 진가를 알아볼 수 있는 식견이 자신에게 있음을 암시하는 셈이다. 그런데 번역본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텍스트만 보고도 원본과 번역본을 구별할 수 있을까? 번역본 날조의 역사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호레이스 월폴이 1529년에 이탈리아어로 발표된 소설을 번역했다고 한 『오트란토 성The Castle of Otranto』(1764)은 애초에 영어로 쓰인 것이었다. 1669년에 프랑스어로 처음 출판된 『포르투갈 수녀의 편지Lettres de la Religieuse Portugaise 역시 번역본으로 알려졌지만 애초에 원작 따윈 없었다. 릴케가 독일어로 번역을 하기도 한 이 책은, 3세기 동안 독자들을 매료시켰고 이 날조는 1954년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번역본이 원작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격언의 진짜 역할은 무엇일까? 저자에 따르면, 번역이 2류라는 관점을 그럴싸하게 가려주는 역할을 한다.

 

③ “시는 번역 과정에서 사라지는 법이다”

 

이 격언은 로버트 프로스트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간주되지만 프로스트가 그런 말을 한 증거는 없다. 시가 사라졌다고 주장하려면, 두 언어를 아는 것은 물론이고 두 언어에서의 시적 효과들을 감지할 수 있을 만큼 시적 전통을 충분히 알아야 한다. 또 새로운 언어로 재창조한 시 역시 소리와 의미의 관계를 갖는다. 원작과 똑같지 않지만, 그렇다고 번역된 시에 시가 결여되어 있다고 주장할 이유는 안 된다.

 

시 번역에 대해 끊임없이 잡소리가 나오는 것은 정서를 번역할 수 없다는 통념 때문이다. 그런데 오히려 신비하고 종교적인 문제를 중요하게 여길 것 같은 성서 번역에서는 형언할 수 없는 본질이라는 문제에 연연하지 않는다.

벨로스는 근본적으로 번역할 수 없는 소리는 언어가 아니라고 한다. 즉 모르는 언어는 번역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언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한 지식만 있다면 그것을 번역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셈이다. 따라서 시 번역과 같은 언어 간 중재 행위에서는 형언할 수 없는 것들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형언할 수 없는 것들은 애초에 소통 행위 자체와 무관하다.

 

 

3. 번역, 인간의 언어와 정신의 유연성을 증명하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번역가를 자신이 말하는 내용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지적인 능력이 한정된 사람들”로 폄하했고,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장차 번역가가 될 사람들이 가진 한 가지 큰 문제는 그들의 무지”라고 꼬집었으며, 오르테가 이 가세트는 “지금까지 이루어진 번역은 열에 아홉이 형편없다”는 독설을 쏟아냈다.(※ 421쪽)

 

번역에 대한 폄훼와 비난의 근저에는 번역본과 원본의 등가성에 대한 의심이 있다. 그러나 어떤 번역문도 원문과 동일할 수 없고, 어떤 번역문도 선택된 몇 가지 측면 외에 원문과 유사할 수 없다. 어떤 측면을 선택하느냐 하는 것은 도착어 문화의 관습, 해당 분야의 특성, 번역가에 따라 달라진다. 저자는 이러한 독설에 두 가지로 대처한다. 첫 번째는 동일성을 원한다면, “원작을 읽으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번역은 마치 “유화로 그린 초상화”처럼 실제 인물과 꼭 닮은 그림과 같다. 즉 실제 인물의 중요한 특징들을 포착해낸 원본에 상응하는 짝이다. 번역가를 짝을 찾는 특별한 종류의 중매자라고 여긴다면, 우선 중매자를 신뢰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번역에 대해 맹비난을 퍼붓는 이들과 정반대의 입장에 서 있는 저자는, 번역이야말로 인간 언어와 정신의 유연성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한다. 번역은 장르마다 다른 규칙을 따른다. 예를 들어 요리 레시피를 번역한다고 하자. 레시피는 막연하고 세분화되지 않은 그냥 ‘한국어’가 아니라, 하나의 장르로서의 ‘요리 레시피’로 번역된다. 따라서 문학작품과 비행기 정비 매뉴얼, 뉴스와 국제법의 번역 등 장르에 따른 번역의 방법은 다를 수밖에 없다. 다양한 장르의 번역과 엄격한 형식의 번역은 인간 언어와 정신의 유연성을 보여주는 증거다. 그중에서 저자가 상찬해 마지않는 것은, 동시통역이라는 까다로운 작업과 제한된 물리적 공간 내에서 번역의 유연성을 발휘해야 하는 영화와 만화 번역가들의 독창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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