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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4-03-07
출판사 봄아필
저자 김재옥/송보경
판형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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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 이익만을 추구하던 한국 시장에 <생명>을 외치다.

 

이 책은 서울 이화여중과 이화여고를 나온 선후배 사이인 김재옥과 송보경의 한국 소비자운동의 생생한 행동기록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이미 소비자운동을 시작했던 김재옥과 송보경은 1970년 한국소비자연맹이 설립되자 핵심 실무자로 함께 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1983년 소비자시민모임(약칭 ‘소시모’)을 설립하여, 그동안의 소비자 보호활동이 소비자 고발이나 문제 상담에 머물러 있던 상황에서 실로 혁명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한다. 그것은 바로 인권운동, 생명운동에 기초한 발상의 전환이었고, 세계시장의 관계를 살피고 국제소비자 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소비자와 시장의 문제에 접근하는 새로운 시각이었다.

 

당시 한국은 식량 증산 등의 이유로 농약 사용을 권장하던 시절이었다. 따라서 잔류 농약의 기준도 없던 국내에서 그 기준에 관한 문제 제기는 국가 정책에 반대하는 반국가적 행위라는 오해와 압박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의 생명존중에 기초한 소비자운동은 당시의 정치적인, 또는 이념적인 활동과는 다른 소비자운동이라는 영역에 관한 것이었다. 김재옥과 송보경 그리고 <소시모>의 활동은 제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소비자의 공정한 권리를 찾는 과정이었다. 이들은 국내 최초로 잔류 농약 기준을 만들고, 미국에서 수입한 과일 ‘자몽’에 금지 농약 ‘알라’(alar)가 묻어있다는 사실을 발표하며 판매를 막았다. 이때 미국과 한국정부가 결코 우호적이지 않았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이들의 활동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들의 활동은 <국제소비자기구>와의 연대라는 네트워크 및 그 정보를 통해 더 큰 쟁점을 발견하며 한국사회에 다시 경종을 울렸다. ‘자국에서는 안전성에 문제가 있어 판매금지 또는 규제 대상인 의약품, 농약, 소비자 상품, 화학 물질’을 유엔에서 조사하여 만든 <유엔 통합자료>를 통해 외국에서는 이미 사용이 금지된 화학물질을 사용한 한국의 위해 의약품 18종의 판매를 즉각 금지시켰다.

 

그리고 이들은 모유수유 권장운동을 유니세프 등과 연대하여 시작했고, 정부와 기업을 설득하여 조제분유의 신문 및 방송 광고를 중단시켰다. 당시 국제적인 조제분유 회사는 과도한 마케팅 활동으로 아프리카 등에서 수만 명의 아기들이 사망하는 데에 원인을 제공하고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엄마 젖보다는 분유가 더 좋다’는 식으로 광고하며 사회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 직후 유럽의 방사능 낙진 오염식품을 국내 기업들이 수입했다는 사실을 찾아내 문제를 제기했다. 화학조미료 사용실태 조사 발표를 통한 ‘화학조미료 안 먹기 운동’을 시작했고, 유전자조작(GMO)에 관한 문제 제기를 통한 ‘GMO 표시제’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이렇게 이들의 소비자운동은 바로, 무조건적인 성장과 이익만을 추구하던 사회, 한국 시장, 한국 기업과 정부, 한국의 소비자들에게 <안전성>이라는 소비자 관점의 문제 제기를 통해 <생명>의 숭고한 가치를 다시 깨닫게 하는 혁명적인 사회 인식 변화의 출발점이었다.

 

 

기준 없는, 제재 없는, 비윤리적인 시장은 바꿔야 한다.

 

이들의 행동 근거는 소비자의 권리를 찾는 것이다. 국내 10개의 유명 백화점들이 정가를 두 배로 부풀려 표시해 놓고 50%를 할인한다며 소비자의 눈을 속인 1989년 백화점 사기 바겐세일 사건은 우리나라의 소비자 보호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백화점의 판매행위 고발의 주체가 공정거래위원회가 아니라 실제 피해 대상자와 소비자단체인 <소시모>가 고발했다는 이유로 1심에서는 패소하고 말았다. 공정거래위원회만이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 고발할 수 있다는 전속고발권, 공정위만이 고발할 수 있는 제도 때문이다. 이들은 4년여의 법정 공방을 통해 마침내 백화점의 판매행위가 ‘사기’라는 법정판결을 받아냈다. 불공정한 시장, 비윤리적인 시장에서 공정성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였다.

 

동시에 이들과 <소시모>는 TV 홈쇼핑에서 인조 유리로 만든 가짜 보석(합성 사파이어)을 판매한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그리고 프랑스에서 직수입했다며 홈쇼핑에서 판매하던 가짜 수입화장품의 정체를 밝혀낸다. 프랑스 현지 회사와 생산 공장을 수소문하여 홀로 찾아가, 정체 확인을 위해 탐문하는 김재옥의 행동은, 동료이자 선배인 송보경에게서 “참, 겁도 없지요!”라는 말이 나오게 하는 용감한 장면이다. 당시 이 화장품은 무려 2백억 원어치가 팔렸다. <소시모>의 김재옥은 또 미국의 다국적 거대 과자회사가 유통기한이 다 끝나가는 과자에 그들만의 기호를 붙여 교묘하게 기한을 6개월이나 거짓으로 늘려서 한국에 공급한 사실을 밝히기 위해 미국으로 과자회사를 찾아간다. ‘한국 소비자를 속인 것에 사과하라’고 맞선다. 그러나 그들의 변명과 사과 거부에 그녀는 곧바로 ‘대한민국은 폐품 처리장이 아니다. 당신들 전 제품에 불매운동’을 선언한다. 이후 과자회사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기업에서 일방적으로 만든 계약서에 기업 측의 요구대로 서명하던 시절, 표준계약서를 위한 약관규제법 제정을 준비하고, 의사나 병원들만이 주인인 세상에서 할 말이 있어도 그 말을 다하지 못하던 ‘환자의 권리’를 선언한다. 이 선언 또한 한국사회의 일방적인 구조를 뒤흔드는 혁명적인 것이었다. 이후 환자의 권리에 관한 법률 조항들이 만들어진다. 이들의 노력은 또 G20 서울 정상회의 선언문에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조항을 넣기 위한 것으로 이어져 세계 소비자 단체들의 갈채를 받는 등 국내 문제는 물론 국제적인 공감과 연대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이렇게 이들의 활동은 한국 사회를 더 건강하게, ‘공정성’을 향한 세상으로 인도하는 외침이었다.

 

 

소비자운동은 지구를 지속시키는 운동이다.

 

이들은 소비자운동을 지속가능성이라는 새롭게 등장한 세계적인 문제와 연결한다. 이미 김재옥과 송보경은 <소시모> 출발 시기부터 <국제소비자기구>와 긴밀한 연대를 유지했고, 이후 <국제소비자기구>의 이사가 되어 활동했다. 1992년 세계환경회의 이후 「아젠다 21」의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가 강조되고, <국제소비자기구>의 활동으로 1999년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유형, 변화를 포함한 「유엔 소비자보호지침」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김재옥은 <국제소비자기구> 대표로 유엔에서 「유엔 소비자보호지침」 개정을 위한 대표 연설을 했다. 이들은 지속가능성, 에너지와 자원 효율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세계소비자운동의 물결을 한국 소비자운동의 새로운 물결로 만들어낸다.

그중 하나가 ‘에너지 위너(Energy Winner)’라는 시상제도다. 그동안 소비자운동이 기업의 제품에 문제점을 지적하던 것이었다면, ‘에너지 위너’는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의 관점에서 에너지 효율 제품을 권장하는 것이다. 1997년부터 시행한 ‘에너지 위너’ 제도와 국내 기업들의 참여는 한국 가전제품 시장에 ‘에너지 효율’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낸다. 이들이 던진 ‘에너지 효율’이라는 화두는 국내 가전제품 시장을 혁명적으로 변화시켰다.

 

 

세계를 통해 문제를 찾고, 세계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다.

 

<국제소비자기구>는 1970년대 소비자보호를 위해 다국적 기업의 위험한 제품에 대한 국제적인 대책을 촉구하였고 제3세계의 소비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소비자단체의 역할을 강조했다. <국제소비자기구>는 주로 제1세계(미국, 영국, 벨기에)의 테스트 기관 중심의 큰 단체에서 회장을 맡았으나, 1978년 처음으로 안와 파잘(Anwar Fazal)이 회장이 되어 세계 시장에서 제3세계의 소비자 문제를 부각시키고자 노력했다.

 

김재옥과 송보경은 바로 안와 파잘 회장과 미국 소비자연합의 로다 카파킨 등 세계소비자운동을 이끌던 지도자들과 연결되어, 그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지와 후원을 받았다. 그리하여 국제 네트워크와의 국내 연대는 몰론 세계적인 소비자 쟁점에 직접 참여하여 국제기구의 리더로서도 활동하였다. 송보경과 김재옥 두 사람의 국제적인 연대 및 소비자 쟁점 발굴과 정책변화를 위한 활동은 한국은 물론 세계 소비자 문제의 해결이라는, 국내에서는 그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새로운 소비자운동의 역사를 만드는 과정이었다. 특히 김재옥은 국제표준화기구 정책위원회 의장을 지냈고, 유엔에서의 활동 등 국제적인 활동으로도 범위를 더욱 확대했다. 이들의 노력으로 <소시모>는 세계적인 테스트 기구의 일원이 되었고, 유엔에서 협의 지위를 받은 비정부단체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이룩한 국내의 정책 변화 결과들은 세계 소비자운동의 주요 사례로 평가되면서 세계 소비자 단체들의 모범이 되기에 이르렀다.

 

40여 년 이들의 노력은 국내의 많은 전문가들의 동참과 지원을 받았고, 국제적인 호응과 갈채를 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말한다. “우리의 꿈은, 할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재옥, 송보경의 40년 소비자운동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소비자운동의 <생명 지키기, 시장 고치기, 지속하기, 소비자 선택 돕기, 함께 일하기, 연대하기>의 핵심 정신을 담고 있다. 그리고 한국 시장, 한국 사회를 향해 외치는 우리가 함께 가야할 미래에 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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